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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유용할 팁

판단·생각 관련 효과 - 앵커링 효과에 대해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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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숫자에 속고 있다? 앵커링 효과의 숨겨진 함정

쇼핑몰에서 “정가 20만 원 → 할인가 9만 원”이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순간 “와, 엄청 싸다”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정말 9만 원짜리 가치가 있는 상품인지는 따져보지 않는다. 우리의 판단은 이미 ‘20만 원’이라는 숫자에 묶여버렸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부른다.

앵커링 효과란, 처음 접한 정보나 숫자가 기준점이 되어 이후 판단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쉽게 말해, 처음 들은 말이 머릿속에 ‘닻(anchor)’처럼 박혀 생각을 끌어당기는 효과다. 한 번 설정된 기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 개념은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연구로 널리 알려졌다.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무작위 숫자를 먼저 보여준 뒤 어떤 질문을 하면, 그 숫자 근처로 답이 몰리는 현상이 반복해서 나타났다. 아무 관련 없는 숫자였음에도 판단의 기준이 된 것이다

.

일상에서도 앵커링 효과는 자주 등장한다. 연봉 협상에서 “작년 연봉이 얼마였죠?”라는 질문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전 연봉이 기준점이 되어 인상 폭이 제한된다. 중고차 거래에서도 판매자가 먼저 높은 가격을 부르면, 실제 적정가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

부동산, 보험, 학원비, 병원비, 심지어 소개팅에서도 앵커링 효과는 작동한다. 누군가 “저 사람 연봉 1억이래”라고 말하면, 이후 그 사람의 모든 평가가 그 숫자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실제와 상관없이 숫자가 이미 이미지를 만들어버린다.

기업과 마케팅 분야에서는 이 효과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일부러 높은 ‘정가’를 먼저 제시한 뒤 할인을 강조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한 달 5만 원 → 지금은 2만 원”이라는 문구도 같은 원리다. 소비자는 2만 원이 싸다고 느끼지만, 사실 시장 평균보다 비쌀 수도 있다.

 

문제는 앵커링 효과가 우리의 판단력을 무의식적으로 조종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합리적으로 선택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이미 심어진 기준 안에서만 움직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금액, 성과, 평가, 비교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 편향은 더욱 강해진다.

 

그렇다면 앵커링 효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방법은 첫 정보를 의심하는 습관이다. 처음 들은 숫자가 과연 객관적인 기준인지, 아니면 전략적으로 설정된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또한 여러 기준을 비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나의 숫자에만 의존하지 않으면 판단의 폭이 넓어진다.

 

협상 상황에서는 오히려 이 효과를 활용할 수도 있다. 내가 먼저 제시하는 조건이 상대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무조건 낮추거나 높이기보다, 전략적으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앵커링 효과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첫 정보’에 묶이는지를 보여준다. 처음 들은 말, 처음 본 숫자, 처음 받은 조건이 생각보다 오랫동안 우리의 선택을 지배한다. 그래서 진짜 현명한 선택이란, 닻에 묶인 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한 번쯤 닻을 들어 올리고 바다를 다시 바라보는 일이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숫자와 정보 속에서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 선택이 정말 내 판단인지, 아니면 누군가 심어놓은 기준인지 가끔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그 질문 하나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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